월정교 야경과 차박의 밤
아내와 경주 월정교의 야경을 보려고 달려갔다. 밤 열한시경에 도착했는데, 월정교 관람시간은 지났지만 강물에 반영된 화려한 조명의 월정교는 아름다웠다. 서둘러 넓은 주차장 귀퉁이에 주차를 하고 소형 선풍기 두 대를 틀고 잠이 들었다. 새가 노래하는 소리도, 닭이 울부짖는 소리도 아닌 닭들의 함성에 눈을 떴다. 차 밖으로 나오니 산들바람이 내게 남아있던 잠기운을 쫓아버렸다.

새벽 풍경과 첨성대 주변 산책

나는 혼자 차에서 의자를 꺼내 커피를 마시며 태양이 색칠하고 있는 붉은 구름들을 감상했다. 오전 5시를 조금 지난 시간, 아내가 일어나 차를 첨성대 주변 주차장으로 옮기고 우리는 꽃밭으로 산책을 시작했다. 계림숲을 걷고 반월성 둘레길도 걸었다. 용광로 같은 햇살은 키 큰 나무들이 가려주었고, 간간이 스쳐가는 산들바람은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안압지 연꽃밭에서의 특별한 만남
반월성을 내려와 안압지에 있는 연꽃밭으로 가는데, 높은 펜스로 울타리를 만들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만개한 연꽃이 우리를 반겼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아내의 감탄사가 넓은 연꽃밭을 가득 채웠다. (글을 쓰는 지금은 한 달 정도 지나서 꽃은 사진과 같은 상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덕여왕 맨발 산책길과 명활산 힐링
팔우정 해장국 골목에서 내장탕으로 아침을 먹고 보문호 옆 명활산 아래에 있는 선덕여왕 맨발 산책길을 걸었다. 처음 걸어보는 벗나무 숲길 1.8km를 도중에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아내는 내년에 벚꽃이 피면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이후 명활산 재활에너지 공장이 있는 곳을 드라이브하고 그곳 사우나에서 목욕을 했다.
법률사 둘레길과 탈해왕릉 탐방
산뜻한 기분으로 보문호를 지나면서 포항에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했더니, 지금 법률사 소금강산 둘레길을 걷는데 너무 좋다고 강력히 추천해 차를 돌려 법률사로 갔다. 그 사이 바람은 사라지고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려 느리게 걷는데도 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아내는 여동생에게 속았다며 투덜거렸다. 여동생은 탈해왕릉에서 시작하는 산책길이 좋았다고 해서 탈해왕릉으로 찾아갔는데, 그곳은 경주이씨의 시조인 표암 유허비가 있는 곳이었다. 아내는 피곤하다며 소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고, 나는 표암 유허비를 참배하고 둘레길을 답사했다.

석굴암 가는 길과 여행의 마무리
보문호에서 불국사 가는 길 호숫가에 백운당재빵소가 있어 빵과 망고레몬에이드로 허기를 달래고 더위를 식힌 후, 석굴암 가는 길을 맨발로 걸었다. 토함산 풍력발전기 전망대에서 펼쳐진 산의 파노라마를 만끽한 뒤 집으로 달렸다. 함께 여행하면서 아내는 지치지 않는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했다. 나는 삶에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고, 열정적으로 살다가 가려고 생각한다.
